요란하게 울리는 초인종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깼다. 아침부터 누구야? 문을 열자 택배 배달원이 서류 하나를 들고 서 있다. 택배도 아니고 웬 등기? 빠르게 봉투 겉면을 훑어보았다. 빠른 등기, 성 바돌로매 병원. 발신자는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친구인 수연이다. 마음에 걸리는 점이 몇 가지 있었지만 우선 서류에 서명하고 배달원을 돌려보냈다. 

안 그래도 지난번에 병원에 간다는 메시지를 받은 이후에 통 연락이 없었는데. 힘겹게 치료를 받느라 연락할 정신이 없는 게 아니었나? 이렇게 갑자기 우편을 보내오다니… 의문과 함께 봉투를 뜯자, 급하게 휘갈겨 쓴 듯한 쪽지 한 장이 팔랑 떨어진다.

'나 좀 도와줘. 지금 성 바돌로매 병원이야. 뇌전증 치료 때문에 예약했는데 잘못 찾아온 것 같아. 다짜고짜 입원부터 시키더니, 나한테 이상한 수술을 하려고 해. 전두엽 절제술? 이걸 하면 뇌전증이 낫는다는데 아무래도 수상해. 우연히 그림을 봤는데 송곳으로 눈 위를 뚫어서 뇌에 구멍을 내는 것 같아... 수술은 내일 오후 2시인데 여기서 나가는 법을 모르겠어. 휴대전화도 뺏겼어. 나 좀 도와줘...'
- 2/5 수연 -

정신이 아찔하다. 병원을 간다고 했을 때 처음 듣는 이름이라는 생각은 잠시 했지만, 수연이가 이런 상황에 처할 줄은 몰랐다. 편지 작성일이 어제로 되어 있으니, 수술은 앞으로 몇 시간 남지 않았을 것이다. 그 이상한 수술을 받으면 수연이는 평생 부작용에 시달리며 살지도 모른다. 게다가 혹시 잘못된 곳을 찌르기라도 한다면…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최대한 빨리 수연이를 병원에서 데리고 나와야겠다. 병원에서 환자들을 입원시키는 진짜 목적이 생체 실험 대상자 확보라면, 입원하기도 무척 쉬울 것이다.
환자 연기라면 내가 또 기막히게 잘하지. 

나는 고민할 새도 없이 바로 차에 타고 액셀을 밟았다. 병원까지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지만, 워낙 외진 곳이라 그런지 통행하는 차량이 없어 생각보다 금방 도착했다. 아주 거대하고 오래된 건물이었다. 병원 곳곳의 낡은 시설들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고, 죽은 환자들의 유령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음산했다.

건물 이곳저곳에서 울부짖음, 비명, 쿵쾅거리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런 곳에 수연이를 놔둘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