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골목길이 오늘따라 유난히 어둡고 춥다. 터벅터벅 걸을 때마다 얼굴에 일렁이는 그림자가 스산하다. 얼른 집에 갈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 순간, 누군가 뒤에서 입을 틀어막았다. 놀라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두툼한 옷에 입이 강하게 막혀 소리가 새어 나오지 않는다. 저항하려 하자 둔탁한 소리가 들리고 골이 깨지는 듯한 아픔이 느껴졌다.시야가 흐려진다.

몸이 가볍게 흔들리는 충격에 퍼뜩 눈을 떴다. 낯선 차 뒷좌석이다. 양손은 결박되어 있고, 가격당한 뒤통수가 너무 아프다. 운전대를 잡은 남자가 뭐라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얼핏 들린다. 제대로 듣고 싶은데 잘 들리지 않는다…
눈이 감긴다.

차 안에서 기절했던 것 같다. 눈을 뜨자 사방이 어둡고 연기가 자욱하다. 방은 이상한 냄새로 가득 차 있고, 어디선가 째깍대는 소리도 들린다. 바로 앞에는 이상한 모양의 쓰레기 봉투가 있다. 손을 뻗어 봉지를 살펴보자 언제 잘린 것인지 모를 누군가의 팔이 툭, 하고 떨어졌다. 이로서 확실해졌다. 당장 이곳에서 나가야 한다. 나무 계단이 보인다. 탈출할 수 있을까? 

조심조심 계단을 오르는데 무언가 발에 채여 떨어진다. 주방용 타이머다. 타이머에는 작은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다.

“인생의 마지막 시간을 만끽하렴.”

납치범은 나를 토막내기 전 15분의 시간을 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