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르르르... 삐-- 삐-- 삐이--“

사무실 한구석에서 전화가 울렸다. 아니, 전화가 아니라 팩스다.

팩스라고? 요즘 팩스를 쓰는 사람이 있나? 팩스 기계야 사무실에 항상 있었지만, 작동하는 건 오늘 처음 본다.

요란한 소리를 내던 팩스 기계는 A4 용지 한 장을 내뱉고 잠잠해졌다. 팩스 내용을 살펴보니 흔한 테러 협박장이다. 협박장의 내용은 간결했다. 오늘 저녁, 도심 어딘가에서 폭탄을 터뜨릴 예정이라고 한다. 이유도 없고, 목적도 없고, 요구 사항도 없었다. 폭탄을 터뜨릴 거라는 예고문장 한 줄이 끝.

휴, 지긋지긋한 협박장들. 협박장이 올 때마다 돼지 저금통에 100원씩만 저축했어도 지금쯤 근사한 중형 세단을 한대 뽑지 않았을까.

보통 이런 짓을 하는 건 술 취한 십대, 아니면 관심을 갈구하는 약간 불 쌍한 사람들이다. 다들 경찰을 뭐라고 생각하는지 원... 나는 망설임없이 협박장을 구겨서 쓰레기통 안에 던져넣었다.

삼십 분 후, 팩스 기계가 다시 울렸다. 아까와 똑같은 메시지. 장난이었다면 한 번으로 만족했을 텐데. 즉, 이건 좋지 않은 징조다. 나는 반장님에게 전화를 걸어 조사반 소집 허가를 요청했다.

그런데 반장님은 내 전화가 달갑지 않은 모양이다. 이번에도 또 호들갑이냐며, 근무 첫 주에 내가 저질렀던 실수를 다시 언급하더니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게 언제적 일인데... 물론, 세상이 멸망할 것처럼 수사 본부 전체를 들쑤셔놓았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후끈하게 달아오르긴 한다만.

어쨌든 이번엔 느낌이 좀 다르다. 나는 동료들에게 전화를 걸어, 반장님이 조사반 소집을 명했으니 당장 와달라고 거짓말을 했다. 팩스 추적은 간단했다. 발신지는 도심 외곽인 흰사랑로 33-15번지였다. 세대주는 허준석.

정확히 23분 후, 나는 팀원들을 이끌고 그 집 문을 두들겼다. “허준석 씨, 허준 석 씨, 집에 계십니까?” 답은 없었다. 몇 번 문을 두드리던 우리 팀은 이 허름한 건축물만큼이나 낡아 빠진 문짝을 박차고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거실 중앙에는 온갖 잡동사니를 쌓아둔 거대한 탁자가 있었다. 등골이 오싹했다. 거실 안쪽에는 팩스 기계의 붉은 LED 빛이 깜빡거리고 있었다. 역시 단순한 장난이 아니었다. 나는 반장님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고, 팀원들은 단서를 찾아 집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반장님으로부터 강변식당에서 허준석을 체포했다는 연락이 왔다. 허준석의 증언에 따르면 폭탄은 8시 정각에 터질 예정이고, 자기는 그 경치를 관람하러 강변식당 창가 쪽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지금은 7시다. 큰 피해를 막으려면 한 시간 안에 폭탄을 찾아 해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