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눈을 떴다. 아무래도 벽에 부딪힌 충격으로 가벼운 뇌진탕이 온 것 같았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폭발음 때문에 귀도 먹먹하다. 하지만 나는 곧 끔찍한 광경을 보고 말았다.

그렇다... 지금 눈앞에는 죽은 우주 비행사의 시신이 둥둥 떠다니고 있다. 우주 비행사 일에는 언제나 위험이 따른다.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닥쳐올 줄이야...

우리는 지금, 지구와 400km 떨어진 우주 정거장에 있다.

이 러시아 우주 정거장은 오늘부터 우리가 몇 달간 넘겨받을 예정이었다. 첫날의 일이라 봐야 단순한 인수인계에 불과했기에 솔직히 방심하고 있었다. 우주 정거장에 드나드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동안 아무 문제도 일어난 적이 없었으니까.

팀원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폭발의 충격에 휘말린 탓도 있겠지만, 눈앞에 사람 세 명의 시신이 떠다니는 걸 보고 제정신을 차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들은 모두 우주 정거장을 안내해주고, 인수인계 처리를 도와줄 러시아인 우주 비행사였다. 게다가 통역도 담당하고 있었다!

주변엔 온통 러시아어뿐이다. 설명서, 표지판, 포스터... 심지어 사방에서 들리는 소리조차 러시아어다! 아까부터 벽에 달린 스피커에선 똑같은 음성이 반복해서 흘러나오고 있다.

“키스라로드 파스타프카 쉬스’디샤트 오드나 미누타, 키스라로드 파스타프카 쉬스’디샤트 오드나 미누타.”

우리 중에는 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지만, 그나마 간이사전을 가진 사람이 있어서 들리는 대로 더듬더듬 번역해보았다. 놀랍게도 번역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더 놀라운 건 안내 음성의 내용이었다. “산소 공급 61분 남음.”

팀원들에게 재빨리 상황을 설명했다. 살아남으려면 정거장 어딘가에 있는 탈출 셔틀을 타야한다. 그나마 내가 우주 정거장 제어 컴퓨터를 켜는 법을 알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곧 암호 입력 창이 나타났다. 암호? 그건 아직 전달 못 받았는데...

우물쭈물하는 사이 벽에 달린 스피커에서 다시 안내 음성이 나온다.

“쉬스’디샤트 미누타.”

이젠 사전이 없어도 무슨 말인지 알겠다.

60분... 처음으로 배운 이 러시아 단어를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