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깨질 듯한 아픔에 잠에서 깼다. 여기가 어디지? 정신이 번쩍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낯설면서 어딘가 익숙하다. 이상한 치아 그림이 붙어 있고 온통 초록색 벽지로 둘러싸인 이곳….

아, 생각났다. 여기는 치과다. 정기 검진 연락을 받고, 문정민 치과 의원을 방문했지…. 내 어금니가 상해서 빨리 뽑아야 한다고 했고, 아프지 않게 마취를 해줄 거라고 했는데…. 그 이후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항상 열려 있던 진료 대기실 문은 굳게 닫혀 있다. 손잡이가 없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바깥쪽에서만 열리는 문인 것 같다.

진료실 안쪽에도 다른 문이 있지만, 암호가 걸려 있는 데다 육중한 철문이라 별다른 도리가 없어 보인다.

그때, 진료실에서 전화가 울렸다. 나는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으니 잘 들으세요. 전 문정민 선생님의 비서예요. 그동안 선생님이 환자들을 상대로 엑스선 방사 실험을 해오는 걸 지켜봤어요.”

“처음엔 별 탈 없었지만, 치아와 머리가 빠지는 환자들이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했어요. 심각한 병에 걸리는 사람들도 생겼고요, 초기 환자 몇 명은 아예 종적을 감췄어요…. 전 그 사람들이 죽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경찰에 신고하고 싶었지만, 제 신원이 드러날까봐 경찰서에 갈 수 없었어요. 문정민 선생님의 동생이 경찰이거든요. 아무튼 이런 상황이고요, 저는 당신이 그 진료실에서 탈출하는 데 도움을 드릴 수 있어요. 선생님이 돌아오기 전에 범행 증거를 챙겨서 빠져나가세요.”

“우선 진료실 안쪽에 있는 캐비넷부터 열어야 해요. 선생님은 캐비넷 암호를 매일 바꾸는데요, 아마 그날 방문하는 환자 진료 순서와 연관이 있을 거예요. 더 자세히는 몰라요. 캐비넷 안에는 수상한 실험들에 대한 각종 증거가 있을 거구요. 특별 치료실 철문을 여는 암호도 알아낼 수 있을 거예요.”

“선생님은 한 시간 안에 돌아올 거예요. 아마 진료 대기실에 들어가기 직전에 N2O, 그러니까 웃음 가스를 방 안에 살포하겠죠. 선생님이 돌아오기 전까지, 특별 치료실로 들어가서 웃음 가스 탱크 밸브를 잠가야 해요! 가스 밸브를 잠그지 못하면 위험해질 거예요.”

“앗, 이런, 시간이 다 됐네요. 들키기 전에 끊을게요. 무사하시길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