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교도소에 들어온 것은 몇 달 전. 내 남은 형량을 생각하면 적어도 강산이 한 번 변한다는 세월만큼 이곳에 갇혀있어야 할 것이다. 나는 투옥 후 대부분의 시간을 이 곳에서 사귄 몇몇 친구들과 시시닥거리며 보내고 있었다. 이 놈들은 교도소에 들어온 첫날부터 나와 가까워졌고, 재소자끼리의 덧없는 의리라지만 나도 이 놈들을 꽤나 믿고 있다.

어느 날 옆 방 재소자와 잡담을 나누던 중, 그가 넌지시 내가 지금 갇힌 감방이 뛰어난 수학자, 이휘성이 있던 방이라고 알려주었다. 이휘성은 내가 교도소에 오기 얼마 전에 다른 곳으로 옮겨졌기에 직접 얼굴을 본 적은 없지만, 이 감옥의 재소자들 사이에 전설이나 다름없어 자주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휘성은 워낙 머리가 좋아서 마음만 먹으면 교도소 탈출 정도는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다고 한다. 탈옥사건이 생기면 교도소의 평판이 바닥까지 떨어질 걸 두려워한 교도소장은 결국 이휘성을 다른 재소자를 폭행하고 자주 문제를 일으킨단 명목으로 국내에서 가장 감시가 엄중한 특수 감옥으로 보내버렸다고 한다. 모기 한 마리도 못 잡는 걸로 유명했다는 이휘성이 뭐? 폭행? 터무니없는 누명을 씌운 셈이다.

그동안 감방의 벽과 바닥에 잔뜩 낙서된 수식과 기묘한 수수께끼를 지겹게 봐온 나는 그 천재 수학자가 이전에 내 방에 살았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도 딱히 놀라진 않았다. 다만 이 낙서들이 탈출의 열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내 방의 모든 것이 다 수상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이 빌어먹을 장소에서 빠져나갈 기회가 온 것일까?

감옥에서 보낸 몇 달간은 정말 지옥 같았다. 하루라도 이곳에 더 갇혀 있느니 평생을 도망칠지언정 지금 당장이라도 탈출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게다가 내가 여기서 탈출하는 게 더 사회 정의 구현을 위한 길 아닌가? 저지르지도 않은 죄를 뒤집어쓰고 여기서 썩고 싶진 않다. 이대로라면 나는 앞으로 십 년간 이곳에서 꿈도 희망도 없이, 그릇된 장소에서 의미없이 시간을 버리게 될 뿐이다.

그날 밤, 나는 친구들에게 이휘성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소등 후 함께 감방 구석구석을 뒤져본 결과, 변기 안에 숨겨진 비밀 봉투를 찾아내고 말았다. 어쩌면 오늘, 이곳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경비다. 경비는 모든 감옥을 한 바퀴 돌고 매 한 시간마다 감방 앞을 지나간다. 경비가 돌아오기 전까지 무사히 나갈 수 있을까?